2012년 7월 25일 수요일

패션과 컬러


패션에 있어 컬러는 생명이다. 색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진정한 디자이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따라서 특정 브랜드 혹은 디자이너가 특정 색으로 대표되는 경우가 흔하다. 예를 들어, 샤넬의 수장인 칼 라거펠트는 자신의 이름을 건 오뜨꾸뛰르 쇼에 항상 블랙 앤 화이트 의상을 선보이곤 한다. 오늘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을 보면 가장 첫 신에 전지현이 샤넬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데 블랙과 화이트가 만들어 낸 고급스러움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패션에 있어 컬러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나면 루부탱과 이브생로랑 사이 작년 8월에 벌어진 웃지못할 법정 다툼도 이해가 간다. 루부탱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색 구두의 판매가 부진해지자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던 이브생로랑을 트레이드마크 침범으로 판매 중지를 법원해 요청한다. 실제로 루부탱은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빨간 아웃솔에 대한 트레이드 마크권을 획득했다.

루부탱

하지만 색깔을 디자이너가 소유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실제로 버버리의 체크무늬나 루이비통의 홀로그램은 법원에서 특허권을 인정받은 판례가 있다. 하지만 체크무늬나 홀로그램의 경우에는 색 뿐만 아니라 패턴과 같은 다양한 디자인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 소송과는 조금 다르다고 판단한 미국 법원은 루부탱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비추며 휴정을 요청했다.

마침내 미국 법원은 이브생로랑의 손을 들어주었다. 피카소와 모네의 예를 들며 판사는 “예술가인 디자이너들도 팔레트의 모든 색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빨간색을 독점화하려한 루부탱에게 펀치 한 방을 선사했다. 또한 담당 판사는 트레이드마크와 특허는 법적으로 엄연히 다르다며 트레이드마크는 그 자체로 독점권을 가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완벽한 디자인은 색과 선으로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루부탱의 컬러 독점화 노력은 비난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P.S) 이브생로랑은 가을/겨울 시즌부터 생로랑파리로 브랜드명을 변경한다고 한다. 현대화적 이미지를 위해서라는데 과연 얼마나 먹혀들까? 다행히도 YSL 상호는 그대로 유지한다고 한다. SLP가 될까봐 조마조마했던 나에겐 그나마 다행인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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