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3일 월요일

새로운 시작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패션은 사치라고.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밑에 화보만 보더라도 헌팅캡, 체크 반바지는 프라다, 트렌치코트는 구찌, 흰색 운동화는 루이비통 제품으로 일반 남성이 저 룩을 그래도 입으려면 순식간에 돈 몇백만원이 공중으로 사라지는 건 시간 문제다. 개인적으로도 디자이너의 창의성이라는 이름 아래 수백, 수천만원의 대의 옷들이 판매되는 것에 대해 가끔 회의가 들 때도 있는 건 사실이다.

GQ Korea 2012년 7월호 (모델: 윤진욱)
 

하지만 누가 뭐라해도 나에게 패션은 예술의 일부다. 길어야 20분 정도 진행되는 패션쇼는 나에겐 디자이너와 모델들이 만들어 낸 한 편의 영화고, 매월 잡지에 실리는 화보도 나에겐 포토그래퍼와 모델이 만들어 낸 한 편의 회화작품이다. 대충 비유를 들자면, 내가 800억을 호가하는 모네의 수련을 800억을 지불하고 개인소장하고 나서야만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패션도 굳이 개인소장을 하지 않더라도 보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이 블로그의 제목은 두불르베(w)이다. (실제 더블유 매거진에게는 미안하다) 친한 친구 2명이 고등학교 3학년 때 패션과 불어에 열광하는 나를 보고 나중의 커서 꼭 두불르베(w)의 편집장이 되라며 장난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1살의 중반이 지나가고 있다. 어제 이은미가 최근 나는 가수다 2에서 부른 아웃사이더를 들으며 갑자기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엄청 끓어올랐다. 정말 오글거리지만 아웃사이더 가사 중 "아무도 이해 못할 말을 하고 돌아서서 웃는 나는 아웃사이더"라는 가사가 귓가를 맴돌았다. 물론 나는 "누구의 이해도 바라지 않아"라고 외칠만큼 자기주장이 없지도 않고 "지난 일에 집착하지 않지 않아"라고 말할만큼 쿨하지도 않다. 그래도 페이스북에 패션에 미친 사람인 것 마냥 글을 올리는 것보다는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훨씬 더 뜻깊은 일인 것 같아 마침내 시작해보려고 한다.

어떤 내용을 올려야 할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모델? 디자이너? 브랜드? 잡지편집장? 정말 머리가 아프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름도 두블르베인 판에 내가 편집장인 패션 매거진 처럼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 그러면 여러가지 내용을 다 아우를 수 있으니까 말이다. 혹시 패션 매거진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적 있는 분? 패션 매거진의 제일 앞쪽 부분에는 지나치기 쉽지만 항상 편집장이 독자에게 쓰는 편지글이 있다. 그 편지글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고 무엇보다도 이번달 잡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전해준다. 패션 매거진도 일종의 책이다. 비록 책의 1/3이 광고들로 가득차 있지만 분명 나머지 2/3에는 매월 편집장과 에디터들이 독자에게 전달해주고 싶은 메세지가 있다. 칼럼을 통해서든 화보를 통해서든 그 메세지를 따라가보는 것 또한 독자에겐 나름 쏠쏠한 재미다. 

이 글은 두블르베 창간호를 기념하는 변홍준 편집장의 편지글이다. 오랜만에 설렘으로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7월의 아침이다. 

댓글 2개:

  1. 두블르베편집장님ㅋㅋㅋㅋ 나도 얼마전에 도메인까지 사서 나대고 있어요..ㅋㅋ 변홍준편집장이라니까 멋있다~
    벤, 홧팅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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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좋은 편지글입니다 변 편집장님 ㅋㅋㅋㅋ 나도 네이버 블로그에 문화활동 정보나 리뷰 같은 거 종종 올리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글을 기재하는 일은 언제나 신나는 일이지 ㅋㅋ 내꺼에도 종종 놀러오삼 ㅋㅋ 좋은 정보들 많을 거임 ㅋㅋㅋ I think...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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