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일 수요일

2.0.1.3.

22살이 되었다. 20살이 되면 세상이 바뀔 줄 알았다. 20살이 되면 '보이'라는 딱지를 뗄 줄 알았다. 자연스럽게 '맨'이 될 줄 알았다. 패션 매거진이 나에게 심어준 환상이었을까? 화보에 등장하는 남자모델들은 '보이'나 '맨'의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어느 누구도 '보이'와 '맨'의 중간 단계를 보여주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패션쇼도 마찬가지였다. 남자모델들은 하나같이 소년과 남성의 모습만 보여주었다. 나의 21살은 누구도 나에게 보여주지 않은 그 복잡미묘한 중간인을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나에게 소년의 이미지 따위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다. 노안에 수염이 거뭇거뭇하다. 생각해보니 나는 예전부터 소년이기를 매우 싫어했다. 남들과 다르고 싶었다. 남들보다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어른스럽게 내 자신을 스타일링하려 애썼다. 그렇게 나는 소년스러움을 애써 지워냈다.
출처: 엘르걸 코리아 2012 12월호
어느새 다 자란 성인의 몸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맨'의 스타일과 애티튜드를 따라하기에 나는 너무 어리다. 아직도 잘 빠진 수트에 트렌치 코트를 걸쳐 입기에는 아직 풋내가 난다. 그래서인지  21살이 되었을 때 20대를 훌쩍 뛰어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춘다는 30대 초반의 남성들이 너무 부러웠다. 그들에게서 흘러나오는 자연스러움과 여유는 옷을 사듯이 살 수 없는 것들이니까.

22살이 된 지금 나는 아직도 이러한 고민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고 있다. 지금의 나는 작년의 나보다는 더 나은 나임을. 사람들을 만나면 종종 이런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나이는 20대인데 아직 멘탈은 10대라고.' 근데 나는 그런 말을 믿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분명 나르다. 아마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시간이 조금 지나서 되돌아보면 자신들이 바뀌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결국 나는 다시 '보이'도 아니고 '맨'도 아니다. 하지만 이제 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체성에 나는 조금씩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패션 매거진도 패션쇼도 보여주지 못한 이 중간인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즐거움이 생겼으니까. 어딘가 어색해보이지만 그 어색함마저 매력으로 승화시켜나갈 수 있는 특권을 가졌으니까.

2013년 나의 최고의 목표는 한 단계 더 센스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센스있다'라는 말은 나에게 최고의 칭찬이다. 2013년 이 패션블로그는 나처럼 센스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잡지이다. 스타일은 경험에서 베어나온다는 말을 나는 굳게 믿는다. 20대에 하나라도 더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 여기 모두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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