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4일 월요일

2013 S/S 캠페인 Part 1

요즘 한창 2013-4 F/W 남성복 콜렉션이 진행중입니다. 패션은 항상 한 시즌을 앞서 나간다지만 우리는 먼저 눈앞에 닥친 2013 S/S부터 신경써야겠죠? 오늘은 브랜드별 2013 S/S 캠페인 광고를 엿보도록 하겠습니다.

1. Louis Vuitton

Steven Meisel이 다시 한 번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Downton Abbey에서 볼 법한 열차를 런웨이에 등장시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한 Marc Jacobs. 이번 시즌 Marc Jacobs는 런웨이에 대형 체크무늬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패션 피플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는데요. 캠페인 역시 체크무늬 모티프에서 영감을 받았네요. 특히 한국모델 박지혜양이 등장해 더욱 더 기분이 좋은 캠페인이었습니다. 벌써부터 잡지 화보들에 Louis Vuitton의 그래픽 의상들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역시 Marc Jacobs의 파워 대단합니다!

2. Jil Sander

Raf Simons가 Dior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되어 Jil Sander를 떠나게 되면서 안방마님 Jil Sander가 Jil Sander로 복귀했습니다. Jil Sander의 2013 S/S 콜렉션은 극미니멀리즘의 가치를 재확인시켜주었는데요. 캠페인 역시 콜렉션만큼이나 깔끔함이 돋보입니다. 모델 랭킹 44위의 덴마크 모델 Julian Grüner가 영광의 자리를 차지했네요. 

3. Burberry Prorsum

Christopher Bailey의 Burberry Prorsum 캠페인은 David Beckham의 아들 Romeo Beckham의
등장으로 그 어느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모델 랭킹 25위의 Cara Delevingne과 Charlie
France도 멋있네요. Burberry Prorsum은 항상 브랜드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하되 시즌마다 
색다른 트렌치코트를 선보였습니다. 남자 모델이 입고 있는 보라색 트렌치 코트가 정말 
멋있어보이는데요. 개인적으로 며칠 전 있었던 2013-4 F/W 남성복 콜렉션도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Christopher Bailey와 함께 브랜드의 르네상스를 맞이한 Burberry Prorsum의 미래가
더욱 기대됩니다.

2013년 1월 4일 금요일

솔드아웃 파이널

오디션 프로그램 홍수다. 하지만 솔드아웃은 특별했다. 대부분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해외 오디션 프로그램의 포맷을 그대로 가져와 한국스러움을 살짝 입혔다면 솔드아웃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신선함이 무기였다. 개인 브랜드를 운영하는 무림의 고수들이 (패션 피플 사이들에서는 이미 유명한 디자이너들도 상당수 있었지만) 빅 브랜드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내보인 의상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모델들이 그들이 만든 옷들을 입고 핫 아티스트들의 라이브 뮤직을 배경음악 삼아 런웨이를 걷는 그 모습은 코리아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크나는 큰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또 그런 멋있는 의상들을 방송 바로 다음 날 온라인사이트를 (퍼스트룩) 통해 적정한 가격에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20만원대로 의상을 제작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기에) 바로 살 수 있다는 점은 MC 윤승아가 입이 닳도록 말한 "입고 싶은 런웨이"라는 슬로건에 부응했다. 웨어러블함을 물론 디자이너 브랜드만이 나타낼 수 있는 유니크함까지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솔드아웃은 2012년 최고의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지난 주 솔드아웃 파이널 런웨이가 펼쳐졌다. 파이널리스트들은 바로 구원정, 이대겸, 김윤정 디자이너. 그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보여준 캡슐 콜렉션은 밝은 한국 패션의 미래를 점치기에 충분한 퍼펙트 콜렉션이었다. 딕펑스의 신나는 공연 덕분인지 걷는 모델들까지 평소보다 더 발랄해 보였다.


1. 구원정 디자이너
방송 내내 구원정 디자이너만큼 큰 인기를 누린 디자이너가 있을까? 가끔은 그녀의 솔직함이 독이 되기도 했지만 항상 긍정 에너지를 뿜어내는 그녀를 미워할 수 없는 건 그녀가 디자인한 의상들이 그녀만큼이나 상큼하기 때문! 직접 개발한 프린트 의상들은 MIMIKAWE의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녹아든 가장 구원정 디자이너다운 콜렉션이었다.





2. 이대겸 디자이너
유일하게 살아남은 남성 디자이너. 헤드피스까지 신경 쓴 그의 콜렉션에서 이대겸 디자이너가 방송 내내 보여준 성실함과 꼼꼼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흑과 백으로 구성된 미니멀한 콜렉션이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지금까지 사용한 모든 테크닉을 배제하고 가장 이대겸다운 의상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3. 김윤정 디자이너
우승을 차지한 김윤정 디자이너. 외유내강은 그녀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방송 내내 말수가 적었지만 그녀의 디자인은 매번 보는 사람을 즐겁게 했다. 방송을 나온 이유를 물어봤을 때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무 예술성이 강해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나를 좀 더 알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보여준 콜렉션은 그 걱정을 순식간에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웨어러블함 속에 빛난 것은 nuna를 운영하며 쌓인 내공. 콜렉션은 정도의 예술성을 기반으로 상업성을 갖추어야 하는데 김윤정 디자이너는 그 두 가치의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았다. 그녀가 우승자로 호명되었을 때 나는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2013년 1월 2일 수요일

2.0.1.3.

22살이 되었다. 20살이 되면 세상이 바뀔 줄 알았다. 20살이 되면 '보이'라는 딱지를 뗄 줄 알았다. 자연스럽게 '맨'이 될 줄 알았다. 패션 매거진이 나에게 심어준 환상이었을까? 화보에 등장하는 남자모델들은 '보이'나 '맨'의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어느 누구도 '보이'와 '맨'의 중간 단계를 보여주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패션쇼도 마찬가지였다. 남자모델들은 하나같이 소년과 남성의 모습만 보여주었다. 나의 21살은 누구도 나에게 보여주지 않은 그 복잡미묘한 중간인을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나에게 소년의 이미지 따위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다. 노안에 수염이 거뭇거뭇하다. 생각해보니 나는 예전부터 소년이기를 매우 싫어했다. 남들과 다르고 싶었다. 남들보다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어른스럽게 내 자신을 스타일링하려 애썼다. 그렇게 나는 소년스러움을 애써 지워냈다.
출처: 엘르걸 코리아 2012 12월호
어느새 다 자란 성인의 몸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맨'의 스타일과 애티튜드를 따라하기에 나는 너무 어리다. 아직도 잘 빠진 수트에 트렌치 코트를 걸쳐 입기에는 아직 풋내가 난다. 그래서인지  21살이 되었을 때 20대를 훌쩍 뛰어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춘다는 30대 초반의 남성들이 너무 부러웠다. 그들에게서 흘러나오는 자연스러움과 여유는 옷을 사듯이 살 수 없는 것들이니까.

22살이 된 지금 나는 아직도 이러한 고민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고 있다. 지금의 나는 작년의 나보다는 더 나은 나임을. 사람들을 만나면 종종 이런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나이는 20대인데 아직 멘탈은 10대라고.' 근데 나는 그런 말을 믿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분명 나르다. 아마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시간이 조금 지나서 되돌아보면 자신들이 바뀌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결국 나는 다시 '보이'도 아니고 '맨'도 아니다. 하지만 이제 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체성에 나는 조금씩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패션 매거진도 패션쇼도 보여주지 못한 이 중간인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즐거움이 생겼으니까. 어딘가 어색해보이지만 그 어색함마저 매력으로 승화시켜나갈 수 있는 특권을 가졌으니까.

2013년 나의 최고의 목표는 한 단계 더 센스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센스있다'라는 말은 나에게 최고의 칭찬이다. 2013년 이 패션블로그는 나처럼 센스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잡지이다. 스타일은 경험에서 베어나온다는 말을 나는 굳게 믿는다. 20대에 하나라도 더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 여기 모두 모여라!